사실은 그게 아닐지라도...

사는 곳에서 처음 봤을 때는 저래도 잘 살고 있나 싶은 곳이 하나 있었다.

좁은 길을 하나 경계로 두고 교회와 원불교당이 마주보고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.

지나가면서 봤더니,

일요일에는 서로 드리는 예배소리가 겹쳐 뭔가 오묘해 지더라.

몇 해를 두고 보더라도 큰 일이 없는 것 보면 잘 적응해서 친하게 지내나 싶기도 하고,

그렇게 지나가면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던 곳이었는데,

얼마전 원불교당의 예쁘게 관리한 정원에 불이 켜졌다.

교회보다 먼저 트리장식에 들어간 것이다.

그리고 며칠 뒤에 교외 앞 나무에도 트리 장식이 되었다.

물론 본의는 알 수 없다.

저쪽 보성에는 연말 녹차밭에 트리 장식을 하는 걸.

연말에 켜지는 아름다운 불들은

옛날 한사람의 탄생을 기억하기 위한 불이 아니라,

의례 연말에 해줘야 하는 일로 기억되고 있지만,

그래도 한길을 두고 다른 두 종교가 켜놓은 불은

의미가 있을 거라 느껴진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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